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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빚진 아이들<상> 가족이란 원죄,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도망쳤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7-26 조회수 : 368

래호(가명)가 어머니와 함께 그린 ‘하늘을 나는 열기구’ 그림. 그림 맨 밑에는 래호가 흰색 물감으로 직접 쓴 ‘우리 가족 여행’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김창길 기자

래호(가명)가 어머니와 함께 그린 ‘하늘을 나는 열기구’ 그림. 그림 맨 밑에는 래호가 흰색 물감으로 직접 쓴 ‘우리 가족 여행’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지난달 11일 수도권 다세대 빌라촌 골목 안쪽에 낡은 4층짜리 빌라가 보였다. 어두컴컴한 지상 주차장, 빽빽하게 주차된 차량들 옆에 문 하나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거실 겸 부엌 하나에 방 두 칸이 딸린 가정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에는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았다. 무거운 분위기가 깔려 있는 집에 그나마 활기를 불어넣는 건 갖은 색의 물감으로 캔버스를 채운 그림들이었다. 열기구가 하늘을 날고 있는 그림이 눈에 띄었다. 래호(11·가명)가 엄마와 직접 그렸다는 그림 한 귀퉁이엔 ‘우리가족 여행’이란 글귀가 쓰여 있었다. “가족끼리 열기구 타고 놀러가고 싶어요.” 래호가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래호는 아빠와 함께 살지 않는다. 래호의 아빠는 마약 관련 범죄로 3년째 복역 중인 재소자다. 래호는 얼굴을 손으로 가르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반반 섞였어요. 머리카락은 엄마 닮고 얼굴은 아빠 닮은 것 같아요.” 최근에 아빠를 본 적이 있냐는 물음엔 말을 돌렸다. 하지만 아빠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아빠요? 잘 놀아주세요. 아빠가 사진 찍어준 게 많아요. 자전거 타고 같이 놀러 가기도 하고, 게임도 함께했어요. 아빠가 없었다면 제가 없잖아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추계치에 따르면 래호와 같이 교도소나 구치소 등에 수용된 아빠·엄마를 둔 미성년자는 매년 1만8000명가량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부모의 수감에다 3년째 확산 중인 코로나19를 동시에 겪고 있는 아이들은 사회 바깥, 더 먼 곳으로 밀려나 있다. 코로나19 이후 부모와의 접견은 제한됐고, 아동을 돌보는 양육자들도 구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정은 경제적 붕괴를 마주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아이’로 불리는 수용자 자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 회사’에 가던 날

지난달 11일 래호와 어머니가 래호 방에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달 11일 래호와 어머니가 래호 방에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래호의 엄마 수현씨(가명)는 2011년 임신 9개월이던 때 남편이 수감됐다. 래호가 태어나고 첫돌이 지날 때까지, 옥살이는 18개월 동안 이어졌다. 홀로 운영하던 가게는 빚이 불어나며 폐업했다. 출산 후 6개월 뒤부터 수현씨는 “벼룩시장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을 정도로 일감을 찾아 다녔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분유 살 돈이 떨어지면 청소·파출 일을 했고, 시장에서 ‘못난이 도너츠’ 장사를 하기도 했다. “지금도 겨울만 되면 얼굴이 울긋불긋 올라와요. 손가락 관절 하나하나가 아프고…. 겨우내 도너츠 장사를 한 뒤로 그래요.” 수현씨의 손 곳곳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그러는 사이 래호에 대한 돌봄은 외할머니가 도맡았다. 갈 곳 없는 수현씨와 래호가 몸을 뉜 곳도 외할머니 집이었다. 수현씨는 “아이 아빠의 수감 사실을 털어놓을 곳도, 도움받을 곳도 없었다”고 했다. 아빠가 출소하면서 가족이 다시 모였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래호가 6살일 때 아빠는 또다시 수감됐다. 교도소 접견은 6개월에 한 번씩 갔다. 수현씨는 그때마다 래호에게 “아빠 회사에 가자”고 했다. 한동안 래호는 차를 타고 구치소나 교도소 인근을 지날 때면 “아빠 회사”라며 알은체를 했다.

래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아빠가 출소했고, 법무부에서 출소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 주택에 세 식구가 살림을 차렸다. 이 시기 래호는 자전거를 배웠다. “엄마·아빠와 주말에 학교 운동장에 가서 자전거를 배웠어요. 아빠가 자전거를 잡아줬어요. 다섯 달쯤 지나고 한 손을 뗐고, 1년 지나 두 손 다 떼고 탔어요.” 자전거 이야기에 래호의 입이 바삐 움직였다. 수현씨가 집안 청소를 시작하면 래호는 아빠와 집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탔다. 이제는 아빠와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요즘 래호는 매일같이 자전거 유튜버 영상을 보면서 일상을 채워나간다. ‘자전거 선수’라는 꿈도 품고 있다.

2020년, 아빠가 세 번째 수감됐다. 수현씨와 래호는 LH주택에서마저 퇴소했다. 주택 지원 대상이 ‘출소자’로 한정돼 있어 그 자격이 박탈된 것이다. 가게를 운영하며 진 빚으로 파산 상태였던 수현씨는 반전세 보증금 5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지인에게 100만원을 빌려 다세대 빌라 가계약을 했다. 나머지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부터 래호를 지원해온 보건복지부의 아동복지 사업 ‘드림스타트’에 도움을 청했다. 수현씨는 드림스타트를 통해 연계받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남은 보증금 약 200만원을 지원받아 주거지를 겨우 마련했다.

지난달 11일 래호의 어머니인 수현씨(가명)가 자신의 집 안방에서 뒤돌아 서 있다. 수현씨는 남편이 교정시설에 수용된 이후 며칠 동안 꼼짝 않고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고 했다. 방에는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았다. 김창길 기자

지난달 11일 래호의 어머니인 수현씨(가명)가 자신의 집 안방에서 뒤돌아 서 있다. 수현씨는 남편이 교정시설에 수용된 이후 며칠 동안 꼼짝 않고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고 했다. 방에는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았다. 김창길 기자

■“엄마, 환희를 부탁해”

혜진씨(가명)가 아이를 불러 세웠다. 아들 환희(가명)와 눈을 맞춘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엄마가 멀리 강의를 하나 들으러 가야 하는데, 거기 갈 때는 휴대폰을 끄고 가야 해. 엄마랑 연락 안 된다고 너무 놀라지 말고.” 그렇게 집을 나간 혜진씨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환희는 그날 밤 외할머니 경숙씨(가명)를 붙잡고 밤새 울었다. 경숙씨는 외동딸 혜진씨의 이혼 후 환희와 줄곧 함께 살았다. “엄마 실종신고 해야 된다면서 먹지도 자지도 않았어요. 애가 죽는 줄 알았어요. 어떻게 해요. 사실대로 말해야겠다.”

3년 전 그날, 혜진씨는 경제사범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됐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될 것을 예감한 혜진씨는 “환희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어머니에게 남기고 경찰서로 향했다. 딸이 구속된 다음날, 경숙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환희를 앉혀두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이에게 사실을 알린다는 게 쉬운 건 아니었어요.” 경숙씨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 학교엔 조퇴 신청서를 냈다. 환희는 경찰서 변호인 접견실에서 엄마를 다시 마주했다. 하루 3번 허용된 접견권을 2시간을 꼬박 기다려 모두 사용했다. 혜진씨가 구치소로 송치된 뒤에도 접견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이어졌다.

환희가 중학교에 진학하자 병원 치료를 핑계로 조퇴증을 끊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담임교사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경숙씨의 손이 떨렸다. 경숙씨는 “사회적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교사는 경숙씨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선생님이 나이 좀 있으셨거든요. 괜찮다고. 누구에게도 말 안 하겠다고 믿으라고 하면서, 알아서 다 처리해줄 테니 환희랑 편하게 (접견) 다녀오세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코로나19 확산으로 면회가 금지되기 전까지 환희는 경숙씨와 함께 일주일에 4~5번 혜진씨가 있는 교도소를 찾았다. 이제는 엄마의 ‘감빵 생활’을 전해듣고 웃음을 터뜨릴 만큼 환희의 불안 증세는 호전됐다. 환희는 기자에게 엄마와 헤어지던 날과 교도소 접견실에서 나눈 대화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공부 얘기는 잘 안 해요. 거기 안에서 있었던 얘기를 해줘요. 난방이 안 들어서 더럽게 춥다고 했어요.(웃음)”

[사건이 빚진 아이들<상>]가족이란 원죄,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도망쳤다

■붕괴된 울타리, 흩어진 가정

가족 구성원의 수감은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고, 이는 가정의 붕괴로 이어진다. 래호 가족은 2018년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지정돼 현재 생계·의료·주거급여 등으로 한달 평균 100만원 남짓한 지원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집 월세 45만원에 식비, 공과금, 의료비, 교육비 등 이런저런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늘상 ‘마이너스’다. 엄마 수현씨는 “간간이 단시간 아르바이트도 알아봤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 찾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래호의 분리불안 증세가 심해지면서 구직 활동은 더 어려워졌다. 래호는 “가슴이 타들어 간다”는 말을 종종 했다. “엄마가 집에 없는 걸 두려워해요. 집 근처 슈퍼만 가도 맨발로 뛰쳐나와 ‘엄마 전화기 갖고 가?’ 물어봐요.” 래호는 지난해까지 ‘심리 바우처’ 지원을 통해 심리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지원 기간이 끝난 데다 상담비 10만원이 버거워 올해부터는 상담을 중단한 상태다. 수현씨 역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전문의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제대로 이어가진 못했다.

환희 가족도 경제적 고립과 가족 해체를 겪었다. 아파트 전세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변호사 선임비를 냈다. 항소심 재판이 길어지면서 변호사 수임료가 배로 뛰었다. 전세금은 바닥났고, 생활비는 카드빚을 내 충당했다. 사건 피해자에 친인척도 포함된 탓에 손 벌릴 곳이 없었다. 환희 외할머니 경숙씨는 “저나 딸이나 모두 죄인”이라며 “가족들도 다 파산한 상황인데 어떻게 말을 하겠느냐. 형제들한테도, 친정에도 말을 못하고 의지할 데가 없다”고 말했다. 등본상 세대주였던 환희 외할아버지 집으로 채권자들이 찾아오면서 이 집에서도 갈등이 깊어졌다. 경숙씨는 결국 남편과 이혼했다. 경숙씨는 중고 세탁기 판매 업체에서 세탁기 청소를 하며 벌이를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이 업체가 폐업하면서 끊어졌다.

빚더미에도 그나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환희 이름으로 들어오는 각종 지원금 덕분이다. 혜진씨 수감 이후 환희가 ‘가정위탁아동’으로 분류되면서 양육보조금이 매달 30만원씩 들어온다. 가정위탁은 만 18세 미만 아동 중 적절한 양육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을 친인척이나 다른 가정에 맡기는 것이다. 가정위탁아동 등록을 도운 건 시 행정복지센터였다. 경숙씨는 “경제적으로 힘이 들어서 주민센터를 찾았다”며 “그렇게 복지센터를 연계받은 덕분에 가정위탁 제도 안에 묶일 수 있었다”고 했다. 딸이 수감되고 끊긴 기초생활수급 지원도 환희 명의로 다시 신청했다.

■코로나, 낙인의 또 다른 이름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31일 오전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우철훈 선임기자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31일 오전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우철훈 선임기자

2020년 말 혜진씨가 수감된 교도소에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그는 지방 교도소로 이감됐다. 구치소 접견도 중단됐다. 환희는 TV뉴스에서 “집단감염”이라는 소리만 나와도 경숙씨에게 달려와 엄마의 안부를 묻는다. 접견 대신 일주일에 한 번꼴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세어 보니 그동안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데 사용한 검정 볼펜만 30개가 넘었다. 경숙씨는 “이제는 딸이 지쳤는지 (편지) 답장도 하기 싫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환희는 답장이 없는 엄마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섭섭한 건 아니고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는데 우리가 모를까봐요.”

코로나19로 수용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실감하기도 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 교도소에 마스크 지급이 안 돼서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수감자 가족들 다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근데 관련 기사에 ‘수감자들 다 죽게 놔둬라’ ‘죽어도 싸다’는 댓글이 가득한 거예요. 환희가 (댓글을) 볼까봐. 잠도 못 자고, 휴대폰만 들여다보면서 댓글 신고를 하고 다녔어요.”

래호가 아빠의 얼굴을 마주한 지도 반년이 넘었다. 래호는 마지막 접견 때 엄마와 함께 구치소를 찾았지만 “(감염 우려로) 1명밖에 못 들어간다”는 관계자 말에 아빠를 보지 못했다. “아빠 보고 싶었는데…” 기다림은 길어져만 간다. 구치소에서 연일 확진자가 나오면서 최근 예정됐던 접견은 취소됐다.

래호는 어린 시절 ‘아빠 회사’로 불렀던 곳이 교도소임을 이제는 안다. 수현씨는 “아이가 유튜브를 보면서 교정시설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아빠가 왜 수감됐는지, 가족이 언제 함께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엄마, 아빠 거기 왜 갔어?” 석달여 전, 래호가 처음으로 아빠의 수감 이유를 물었다. “아빠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야. 너도 엄마한테 하기 싫은 이야기 있지? 엄마도 너한테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래호 어머니는 “아이한테만큼은 절대 말할 수 없다”며 수감 이유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래호는 더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신정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장은 “수용자의 가족들은 스스로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심리적 경향으로 인해 생계 곤란을 호소하거나 공적 지원을 받는 데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신 본부장은 “경제활동을 하던 양육자가 갑작스럽게 수감되는 경우, 아동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양육자의 부재로 심리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동을 위한 심리·정서적인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